K-Culture & Real Estate (2/4)
지난 글 마지막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한국의 강점은 개별 IP가 아니라 'K'라는 통합 브랜드 라벨 그 자체라고.
오늘은 그 말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사례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KPop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현상
혹시 이 영화 보셨나요?
2025년 6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애니메이션 장편 영화로, 그 수치는 거의 비현실적입니다.
하반기에만 4억 8천만 뷰. 이는 넷플릭스 역사상 영화와 시리즈를 통틀어 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입니다. 2위인 'Happy Gilmore 2'(애덤 샌들러)보다 3.5배 많았어요. 지금은 누적 5억 4천만 뷰를 넘겨 넷플릭스 사상 가장 많이 본 영화가 됐고요.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영화가 되었습니다. 사운드트랙 중 네 곡이 빌보드 핫 100 톱 10에 진입했고, 2026년 3월에는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했습니다. 주제가 'Golden'도 주제가상까지 가져갔고요.
여기까지만 보면 "와, K-콘텐츠 대단하다"로 끝날 수 있어요.
그런데 진짜 포인트는 따로 있습니다.
이 영화, 한국 기업이 만든 게 아닙니다.
제작사는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Sony Pictures Animation)입니다. 공동 감독인 매기 강(Maggie Kang)은 한국계이지만, 대부분의 작업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이 IP를 소유한 곳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는 이를 한국의 것으로 소비했습니다. 무당, 분식집, 찜질방, 아이돌 시스템 등 그 "한국다움"이 성공의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매기 강 감독이 오스카 무대에서 "이 상을 한국과 전 세계의 모든 한국인들에게 바친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생각해 보세요.
만약 한국의 강점이 "특정 회사가 특정 IP를 소유한 것"이라면, Sony가 만든 영화는 한국과 아무 상관이 없어야 해요.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소유권은 흩어져 있는데, 원산지 프리미엄은 한국에 쌓여요.
이게 빅텐트 IP의 작동 방식입니다. 'K'는 누군가가 소유한 자산이 아니라, 원산지로서의 한국과 연결된 하나의 브랜드입니다. 소니도 넷플릭스도 이를 독점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K'에 도전할 수 있지만, 진짜 'K'를 가장 잘 조합해내는 것은 한국입니다.
그리고 이 빅텐트는 생각보다 훨씬 넓어요.
화려한 아이돌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기생충'은 사회 계급 문제를 다뤘고, 빚더미에 앉은 사람들의 잔혹한 경쟁을 다룬 어둡고 날카로운 사회 비판 물입니다. 그런데도 'K'라는 라벨이 붙는 순간 전 세계가 주목했어요.
이 흐름은 양방향으로 작용합니다. 'KPop Demon Hunters'는 해외에서 제작되었지만 한국 것으로 소비되었습니다. 반대 방향도 있어요. '어쩌면 해피엔딩'이라는 뮤지컬은 서울의 작은 소극장에서 시작해서 브로드웨이에 올라가 2025년 토니상 6관왕을 했어요. 한국인 작가가 작품상·각본상·음악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고요. 하나는 밖에서 안으로, 하나는 안에서 밖으로 - 그런데 둘 다 'K'라는 테두리로 묶여요.
장르도, 정서도, 소재도, 심지어 만들어진 곳도 가리지 않습니다. K-팝의 화려함부터 K-드라마의 날카로운 현실주의, 브로드웨이 무대까지, 모든 스펙트럼이 작동하는 거죠.
이게 진짜 강점입니다. 개별 IP의 인기는 식을 수 있지만, 'K'라는 거대한 브랜드는 그 안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니까요. 만약 한국의 강점이 "특정 기업이 특정 IP를 소유하는 것"에 있었다면, 소니가 만든 영화는 한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야 합니다.
이걸 부동산으로 시도한 흥미로운 사례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SoCal), 구체적으로 오렌지 카운티(OC)에는 K-콘텐츠를 테마로 한 대형 복합 쇼핑몰이 있습니다. 약 10년 전 약 3억 2,500만 달러(약 4,500억 원)를 들여 건설된 한국 테마의 복합 건물 개발입니다. 시 정부는 30년 동안 상당한 비율의 판매세를 환급해주기로 합의했고, 해외 자본이 유치되었으며, K-팝 공연장 설립 계획까지 있었습니다.
아이디어는 명확했습니다. "거대한 K-컬처 랜드마크를 짓자."
그러나 초기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대형 복합 엔터테인먼트몰의 파이낸싱이 늦어지면서 공사 기간이 계속 늘어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기간에 미국의 오프라인 매장이 무너지는 '리테일 아포칼립스'가 바로 그 시기에 몰아쳤어요. 채워야 할 공간은 약 17,000평(600,000평방피트)에 달하는데, 핵심 테넌트(호텔, YG 엔터테인먼트 등)의 입점이 지연되면서 오랫동안 심각한 공실률에 시달렸습니다.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호텔 부문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결국 소유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갔습니다. 호텔 투숙객이 쇼핑몰에서 소비하고, 오피스 근무자가 리테일을 이용하는 복합 개발 본연의 시너지는 결실을 맺지 못하고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좋은 위치에 지어 놓으면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업계의 전통적인 하드웨어 중심 부동산 개발의 위험을 그대로 보여준 겁니다.
청산, 매각, 그리고 회생
프로젝트 자체는 실패로 봐야해요. 호텔 부문이 무너지면서 채권단 중심으로 자산이 분할·매각되며 청산 수순을 밟았어요. 그런데 이 공간, 이렇게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공간을 살렸을까요?
바로 K-콘텐츠예요.
패션과 리테일 중심이었던 매장 구성(MD)을 K-팝 굿즈, 한국 프랜차이즈 식당, 트렌디한 베이커리, 영화관 등으로 전면 개편했습니다. 주말이면 광장은 K-팝 커버 댄스와 문화 공연으로 가득 찹니다. 기능이 "물건을 사는 곳"에서 "먹고 즐기는 곳"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곳은 OC의 아시아계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모든 인종의 K-팝에 열광하는 Z세대를 끌어들이며, 목적형 리테일(destination retail) 상권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쇼핑몰을 앵커 포인트로 삼아 주변에 1,000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모여들었고, 이 지역은 결국 시의 공식 "코리아타운"으로 지정됐어요. 쇼핑몰 하나가 도시의 상권 지형 전체를 바꾼 것입니다. 한 운영자는 현재 고객의 80%가 비(非)한국인이라며, 다른 인종의 수많은 사람들이 오직 한류를 경험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전했습니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
이 프로젝트는 흔히 하는 가정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상업 공간의 실패는 "콘텐츠가 없어서 망했다"고 정리하기 쉬운데, 사실은 반대예요. 이 공간을 구한 게 바로 K-콘텐츠였습니다.
순서가 핵심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하드웨어를 먼저 짓고 콘텐츠를 나중에 채웠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고전한 거예요. 만약 콘텐츠 엔진을 먼저 설계하고 부동산이 그걸 따라갔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랐겠죠.
부동산을 살린 콘텐츠
바로 이 점이 핵심입니다. 이제 'K'를 부동산에 담는 건 분명히 통해요 - 망해가던 공간을 되살리는 걸 넘어, 도시의 상권 지형까지 바꿀 만큼 강력하니까. 다만 순서가 중요해요. 살아있는 콘텐츠 파이프라인이 먼저고, 부동산이 그걸 담는 그릇이어야 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 지금은 '그때'가 아닙니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10여 년 전을 떠올려보세요. 당시 세계는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솔직히 말해, 당시의 "K"는 지금의 "K"가 아니었습니다. 2018년만 해도 해외 언론에서 'Korea'를 검색하면 나오는 건 분단, 안보 위기, 북핵 같은 하드파워 이슈였어요. 그러다 2021년 '오징어게임'을 기점으로 "콘텐츠 강국"이 됐고, 2024년엔 K-푸드·K-팝·K-뷰티·K-아트를 아우르는 종합 '컬처'로 올라섰어요.
다시 말해, 그 OC 프로젝트는 'K'의 위상이 지금보다 훨씬 약했던 시기에, 하드웨어까지 먼저 지어놓고 시작한 거예요. 두 가지 악조건이 겹친 거죠.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K"는 원산지 프리미엄을 갖춘 글로벌 거대 브랜드(Big Tent)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KPop 데몬 헌터스"가 오스카 상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망해가던 프로젝트조차 K-콘텐츠를 통해 되살아났는데, 지금 이 위상의 'K"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앞세워 제대로 기획한다면?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게임인거죠.
그리고 그 콘텐츠 파이프라인은... 캘리포니아에선 구하기 어려웠어요. 현지에선 주류 IP 생태계 밖에 있으니까요. 서울에선요? 완전히 다른 얘기예요.
이 글은 K-컬처와 상업용 부동산의 융합을 다루는 4부작 시리즈 중 두 번째 글입니다. 다음 편: 왜 한국이 구조적으로 이 콘텐츠 엔진을 가동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형태의 부동산이 되는지에 대해 다룹니다.
프로젝트 및 파트너십 문의: pr@summuspartners.net










